“美·이란 분쟁 휘말릴라”… 대표단, 교역 확대 카드 들고 이란 간다

김헌주 기자
김헌주, 박기석 기자
업데이트 2021-01-05 20:18
입력 2021-01-05 17:20

이란, 한국 유조선 억류… 긴박한 정부

외교부, 조속 해결 위해 차관 등 현지 급파
이란 측에 “억류 해제 땐 인도적 교역” 강조
일각 “이란, 동결 자금 회수·美에 우회 경고
韓제재 동참에 실망… 길게 끌진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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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혁명수비대의 고속정(오른쪽 원 안)이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서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에 접근해 나포하는 모습. 이 장면은 한국케미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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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 억류된 한국 선박과 선원들이 조기에 풀려날 수 있도록 정부가 대표단을 파견한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1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해 동결 자금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란은 이번 억류의 표면적 이유로 환경오염 문제를 들고 있지만 미국 행정부 교체 등 미묘한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숨겨진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담당 지역국장을 실무반장으로 하는 실무대표단이 현지에 급파돼 이란과 양자 교섭을 통해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표단은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비롯한 아중동국과 해외안전관리기획관실 등으로 구성된다.

이와 별개로 최 차관도 이란을 방문해 국내 은행 2곳(우리은행, IBK기업은행)에 동결된 약 70억 달러(7조 6000억원) 규모의 이란중앙은행 자금 문제 등을 논의한다. 오는 20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들어서면 미국과 이란 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양국 간 꼬인 실타래를 풀어 보려는 시도로 읽힌다.

교섭 노력과 더불어 외교부는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유감을 표명하고 조속한 억류 해제를 요청했다. 외교부는 이란이 조속히 선박을 풀어 주면 최 차관 방문 시 인도적 교역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샤베스타리 대사는 이번 억류와 동결 자금은 무관하고, 단순히 기술적 사안이라는 입장만 반복했다.

이란 측이 한국 선박을 표적 삼아 억류한 데에는 또 다른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경제난에 빠져 있는 터라 동결 자금을 회수하는 게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등 한미 공조를 강화하면서 불만이 누적된 측면도 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의 우방인 한국 선박을 억류하면서 우회적으로 경고 신호를 보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강석 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전임연구원은 “한국 정부에 대한 이란 정부의 실망이 반영된 측면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란이 이 상황을 갈등적 국면으로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청해부대 최영함(4400t급)은 5일(한국시간) 새벽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 도착했다. 청해부대는 전날 오만 무스카트항 남쪽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중 나포 상황을 접수한 직후 인근 해역으로 급파됐다. 청해부대는 나포 상황을 주시하는 한편 호르무즈 해협을 왕래하는 다른 한국 국적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역할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을 왕래하는 한국 국적 선박은 하루 6척 정도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21-01-0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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