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명 연구원, 조선일보 인터뷰(4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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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이슬람 형벌… 政權성향 따라 엄격하게 적용되기도


후두드 형벌 
간음 죄엔 투석형 술 마시면 태형으로… 
꾸란 등에 규정된 형벌, 시대 변해도 바뀌지 않아


키사스 형벌 
살인 등 흉악 범죄는 피해자 당한 그대로 처벌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 땐… 배상금 받고 '용서'하기도


범죄구분 따라 형량 큰 차이… 판사가 범죄 유형 분류 
같은 절도도 후두드 판정땐 징역·벌금 대신 손목 절단형



[Why] 지난 15일 이란에서 처형 직전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사형수 발랄(가운데)이 교수대에서 내려오며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발랄은 7년 전 이란 북부 마잔드란주 로얀 마을에서 10대인 압돌라 호세인자데를 흉기로 숨지게 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날 압돌라의 어머니 용서로 생명을 구했다. / INSA통신
지난 18일자 본지 A18면에 실린 '교수대 오른 이란 사형수에… 피해자 부모, 올가미 풀며 "용서한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우리 사회에 묵직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란 북부 마잔드란주(州) 로얀 마을에서 한 어머니가 7년 전 아들(압돌라 호세인자데)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20대 청년(발랄)의 목숨을 교수형 직전 구해줬다는 이야기다. 사형수가 딛고 있는 의자를 발로 차버리면 처형이 끝나는 순간. 어머니는 검은 눈가리개를 하고 목에 올가미를 쓴 발랄의 뺨을 한 대 때리고는 올가미를 손수 벗겨줬다. 죄를 용서한다는 뜻이었다. 어머니는 사흘 전 꿈에 나타난 아들이 "저는 좋은 곳에 갔으니 보복하실 필요 없어요"라고 했다며 "고민 끝에 발랄을 용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어머니는 발랄의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한동안 흐느꼈다.

동화에나 있을 법한 이런 이야기가 현실의 이슬람 세계에서는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Why]

사진은 발랄을 용서한 뒤 발랄의 어머니와 함께 흐느끼고 있는 압돌라 어머니(오른쪽)의 모습. / INSA통신




















지난 2008년 이란 법원은 좋아하는 여성이 청혼을 거절하자 얼굴에 염산을 뿌린 20대 남성에게 "양쪽 눈에 염산을 다섯 방울씩 떨어뜨려 눈을 멀게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얼굴은 흉측하게 녹아내리고 두 눈의 시력을 모두 잃은 여성은 법원에 똑같은 형벌을 범인에게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범인은 3년 후 피해 여성의 용서를 받아 실명(失明)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이 사건으로 이슬람 율법은 또 한 번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정명 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연구교수는 "이슬람 법엔 살인 등 흉악(凶惡) 범죄에 대해 피해자가 당한 그대로 갚아주는 '키사스(Qisas)'라는 징벌이 있다"며 "살인자는 사형에 처하고, 피해자가 불구가 된 경우 가해자도 불구로 만들어버리는 식의 처벌"이라고 말했다.

국제 뉴스엔 가끔 등장하는, 받은 만큼 돌려주는 이런 형벌은 이슬람 세계에서는 낯설지 않은 내용이다. 이란에선 '키사스'로 처형되는 사람이 한 해 수백 명에 이른다. 국제앰네스티(AI)는 이란에서 공식·비공식적으로 집행된 사형이 지난해 700여건이라고 추산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길'이라는 뜻을 가진 이슬람의 '샤리아(Shariah)' 율법(律法)은 4개의 법적 근거(법원·法源)를 갖고 있다. 이슬람교 유일신 알라의 계시를 담은 최고 경전(經典) '꾸란(코란)',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 새롭게 발생한 문제에 대해 신학자들이 전원 합의를 통해 내놓는 유권해석 '이즈마', 꾸란·하디스에 있는 내용을 근거로 최고의 학자가 유추하는 '키야스' 등이다. 이슬람 형법과 민법은 이 네 법원을 근거로 신에 대한 인간의 의무, 경제적 관계, 죄와 벌 등을 결정한다.

[Why] 이슬람 형법 체계에선 도박이나 음주를 한 사람은 태형(笞刑)을 선고받는다. 지난 2005년 12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아체주(州)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한 남성이 회초리를 맞는 모습. / AFP

국제적 논란을 빚는 이슬람 형법에서 형벌은 크게 세 범주로 나뉜다. 꾸란·하디스 등에 형벌이 규정돼 있는 '후두드', 피해자와 똑같은 형벌을 주는 '키사스', 그 외 일반적 범죄에 대해 징역·벌금 등을 내리는 '타아지리' 등이다. 이원삼 선문대 교수는 "카디(Qadi)라는 판사가 범죄를 후두드, 키사스, 타아지리로 판정하는데 이때 어떤 범죄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형벌에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같은 절도라도 후두드 범죄는 손목을 자르는 잔인한 형벌이 가해지지만, 타아지리로 분류되면 벌금이나 징역 등에 처해진다. 이 교수는 "후두드 형벌은 간음이나 강도, 음주, 중상모략, 종교 말살 등 이슬람 사회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죄에 대해 내려진다"며 "알라나 무함마드의 계시나 말씀 등에 기초한 것이라, 봐주거나 감면해 줄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후두드 형벌은 서구 시각에선 잔인하고 전근대적으로 비치기도 한다. 간음죄는 '투석형'으로 처벌하는데, 죄인 하반신을 땅에 묻고 보자기를 씌운 다음, 죄인이 죽을 때까지 주변 사람들이 돌을 던진다. 또 술을 마셨으면 태형(笞刑·매질)으로 다스린다.

후두드와 함께 이슬람 형법을 뚜렷하게 특징짓는 형벌이 키사스이다. 이 형벌의 뿌리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빌론의 왕 함무라비가 제정한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탈리오 법칙, 즉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그것이다. 범죄와 형벌이 같다고 해서 '동해보복(同害報復)' 또는 '동형동태(同刑同態)'라고도 한다.

신양섭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연구교수는 "이 형벌은 이슬람교가 생기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관습이지만 이슬람 율법의 최고 성전 중 하나인 하디스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바뀔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키사스는 형벌과 함께 '용서'의 수단도 갖고 있다. 피해자 측과 가해자 측이 합의하면 '디야'라는 배상금을 주고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는 "디야는 오직 키사스 형벌에만 있는 내용으로 실제 돈을 주고받을 수도 있지만 배상금을 받지 않고 용서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이번 이란 어머니가 자식을 죽인 살인범을 용서한 것도 넓은 의미에서 디야라는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사회적 분위기 따라 언제든 강화될 수 있어

작년 1인당 GDP가 4만800달러(IMF 발표)인 동남아시아 석유 부국(富國) 브루나이는 지난해 10월 "2014년 4월부터 샤리아 형법을 시행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브루나이 정부는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뿐 아니라 비무슬림과 외국인에 대해서도 샤리아 형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달 "브루나이에 갈 때는 샤리아 율법을 어기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며 주의보를 내렸다.

이희수 한양대 교수는 "세계화 영향으로 전체 이슬람권에서 샤리아 영향력이 줄고 있지만, 이슬람 원리주의가 강한 정권이 집권하거나 사회적 분위기가 보수적으로 바뀔 땐 언제든 샤리아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곤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57개 이슬람 국가 중에서 샤리아를 실정법으로 채택하고 있거나 실제 집행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탈레반 지배 시기 아프가니스탄 등이 대표적이다.

샤리아는 종파나 학자에 따라 그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다수파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중심으로 한 수니파와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의 해석이 다르고, 그 나라 안에서도 지방에 따라 다른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을 '해석의 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율법학자들이 해석을 내놓는 것을 '파트와(fatwa)'라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2009년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에 남녀공학을 허용하는 문제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찬반 양측 모두 꾸란과 하디스 등을 거론하며 맞섰는데, 강경파는 남녀가 한곳에서 공부할 수 없다고 했고, 반대쪽은 꾸란에 그런 내용이 없다며 맞섰다. 논쟁은 남녀공학 허용으로 끝났지만, 이 사건은 한 사안을 놓고도 서로 다른 '파트와'가 나올 수 있다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여행이나 경제활동 때 문화의 차이 충분히 숙지해야

전문가들은 이슬람 국가를 방문할 때 문화적 특성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슬람 종교와 아랍 문화가 혼재해 오해를 낳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명예살인. 간통이나 성폭행 등으로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여성을 죽이고, 상대방 남자도 죽이는 이 관습은 살인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 6개월 또는 1년 정도 가벼운 형벌만을 준다. 요르단과 파키스탄, 터키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아랍의 남성 중심 유목 사회의 토착적 관습인데도 마치 이슬람 문화의 일부로 착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엔 세계 인권 단체 등의 압력에 따라 현대적 개념의 '살인죄'로 기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성 할례도 이슬람 문화로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아프리카 지역 등에 내려오는 관습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계에선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슬람 국가는 술과 돼지고기를 금지하기 때문에 출장 갈 때 이런 음식을 가져가거나 먹었을 때는 처벌받을 수도 있다.

코트라 테헤란 무역관 관계자는 "모든 것은 신에게 달려 있다는 인샬라 관습 때문인지 매사에 느긋하고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거래 협상이나 계약 때 개인적 이익보다는 공동 이익, 즉 사회·기업·가족 등의 이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면보다는 공동의 이익에 대해 거론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

URL: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4/25/20140425023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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