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익란 교수, 중앙일보 인터뷰(4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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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여성이 이태원의 한 슈퍼마켓에서 제품 뒷면에 표기 된 식품 성분을 읽고있다. [사진 펜타글로벌]

미국 뉴욕의 길거리에서 뉴요커와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은 음식이 있다. ‘할랄 가이즈’가 운영하는 푸드 트럭이다. 길거리 음식이지만 수많은 이가 안심하고 선택하는 이유는 바로 ‘할랄(Halal)’ 식재료 덕분.

‘신이 허락한 좋은 것’이란 뜻의 할랄은 본래 무슬림(이슬람 신자)의 음식문화다. 그런데 이런 할랄 식품이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급부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연간 20%씩 성장세다.

2010년 할랄 식품 시장은 6615억 달러(약 687조원) 규모로 전체 식품시장의 17%를 차지했다.

단국대 걸프만협력개발기구(GCC)연구소 엄익란 연구원은 “품질이 우수하고 소비자가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식품만이 할랄 인증을 통과한다”며 “건강한 식탁을 추구하는 비무슬림 사이에서 할랄이 주목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죽은 고기·해충 금지해 안전하고 깨끗

할랄 식품이 되려면 3무(無)를 충족해야 한다. 독이 없고, 정신을 혼미하게 하지 않아야 하며, 위험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먹어도 되는 것(Halal)과 되지 않는 것(하람, Haram)을 구분한다.

육류는 엄격한 도축 과정을 지켜야 한다. 동물의 동맥·정맥을 한 번에 정확히 끊고 피를 완전히 빼는 과정을 거친다. 엄익란 교수는 “피는 ‘금지된 것’에 속한다. 미생물이 번식하는 매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위생적이라고 보는 것도 한 가지 이유”라고 말했다. 도축 직전의 소·양·닭은 건강하게 살아 있어야 한다. 도축 전에 썩었거나 병들어 죽은 고기는 먹어서는 안 된다.

 할랄 식품이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는 또 다른 이유는 청결한 생산설비에 있다. 할랄인증 컨설팅업체인 펜타글로벌 조영찬 대표는 “식재료의 가공·포장·운반·보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위생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할랄 식품에는 비할랄 식품이 조금이라도 들어가서는 안 된다. 식재료가 비할랄 제품과 접촉하는 것만으로 오염된 것으로 간주한다. 독이 있거나 해가 되는 곤충(이·파리·구더기)과 해충(쥐·지네·전갈), 동물의 배설물·피·타액같이 이슬람법에서 불결하게 여기는 것들이 없는 위생적인 환경이어야 한다. 이슬람중앙회 한국이슬람인증마크(KMF) 박창모 위원장은 “중금속·수질·방사능 오염 검사 등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를 가리는 안전검사를 철저히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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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일에 열린 2014 말레이시아 할랄박람회(MIHS), 전경. [사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생명 존중·공정무역으로 착한 소비 지향

식품에 사용하는 모든 원료는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할랄 식품에는 모든 식품 성분을 명확히 표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케이크·의약품 캡슐 등에 사용하는 식품첨가제인 젤라틴은 돼지가죽·소가죽·뼈 같은 동물성 원료로 만들었다. 이때 이슬람적으로 도축하지 않은 소의 가죽·뼈라면 할랄식품으로 인증받지 못한다. 엄 교수는 “할랄 인증은 식품위생관리시스템인 HACCP와 의약품제조시스템인 GMP 기준을 상회한다”고 말했다.

 할랄 식품은 착한 소비로도 통한다. 할랄 인증을 받으려면 품질의 우수성과 안전성뿐 아니라 동물 보호와 공정무역에 부합해야 한다.

엄 교수는 “도축할 때 단칼에 동맥을 끊으면 산소·피가 급속히 멈춘다”며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이 고통을 덜 느끼고, 빠른 시간 내에 눈을 감을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할랄 식품의 육류는 교살되거나 때려잡아서는 안 된다.

커피·초콜릿 등은 공정무역으로 유통된 것인지가 할랄 인증을 받는 하나의 기준이다. 공정무역은 생산자의 정당한 노동력에 구매자가 적정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불리한 위치에 있는 생산자·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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